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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라면, 얼마나 잘해야 충분한 것일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자기 일을 대하는 최선의 태도를 묻다
“정답과 최선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괴리를 두려울 정도로 솔직하고 적확하게 써냈다.”
_남궁인(응급의학과 의사, 『만약은 없다』 저자)
의학계의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는 외과의 아툴 가완디는 그동안 네 권의 책을 출간했고, 네 권 모두 독자와 언론으로부터 큰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첫 책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부터 『어떻게 일할 것인가』와 『체크! 체크리스트』에 이르기까지, 아툴 가완디는 한결같이 현대 의학의 성과와 한계를 성찰하고 더불어 의료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왔다. 2014년 출간된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존엄한 죽음의 방식에 관한 화두를 던지며 미국을 넘어 전 세계 독자에게 아툴 가완디의 이름을 각인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아툴 가완디가 자신의 업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나은 의료의 가능성을 찾아 헤맨 기록이다. 임상 외과의로서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풀어놓은 유려한 에세이인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탐구심의 소유자로서 의료 현장의 다양한 관점과 시도를 취재해 녹여낸 뛰어난 논픽션이기도 하다. 이라크 전장의 야전병원, 인도의 소아마비 소탕작전, 독극물 주사를 사용하는 사형집행장, 의료 소송이 벌어지는 법정, 제왕절개 수술이 한창인 분만실… 저자는 다양한 의료 현장의 이슈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해 성공과 실패의 사례와 그 안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이 책은 특히 무거운 위험과 책임이 뒤따르는 자신의 일에서 성과의 본질을 묻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맨 집요하고도 낙관적인 어느 직업인의 기록이다. 의료를 넘어 어느 분야에서건 새로운 선택과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 핵심이 되는 요소 세 가지-성실함, 올바름, 새로움-를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 또한 탐구한다. 저자는 그 어느 것도 정답이라 말하지 않지만, 최고를 능가하는 최선이 있으며 그것에 이르는 길은 무궁무진하다는 메시지를 흡인력 강한 글 솜씨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올해의 책
★말콤 글래드웰, 마이클 루이스 추천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아툴 가완디가 던지는
삶의 태도에 관한 다음 화두 “어떻게 일할 것인가”
야구팀에는 승패 기록이 있고,
기업에는 분기별 수익보고서가 있다.
그렇다면 의사에게는?
“교수 양반. 당신도 이 학살의 공범이오.”
19세기 중반,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병원에서 분만한 산모의 20퍼센트를 사망에 이르게 하던 산후열(출산 후 발열)의 범인으로 의사들을 지목했다. 당시 집에서 분만한 산모의 사망률은 1퍼센트에 불과했다. 제멜바이스는 개수대 옆을 지키고 서서 자기 병동 의료진이 매 진료 전 반드시 손톱솔과 염소를 이용해 손을 씻게 강요했고, 산모 사망률은 곧바로 1퍼센트로 떨어졌다. 그의 추론이 옳았던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자신들이 환자를 해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고, 반대자들을 학살자로 몰아세우던 제멜바이스는 박수를 받기는커녕 병원에서 쫓겨났다.
그로부터 거의 150년이 지난 지금, 병원감염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초강력 내성을 지닌 슈퍼 박테리아 감염률 증가는 세계적 추세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 종합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을 필두로 병원감염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2016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감염 관리 체계가 정비되었으나, 전국 단위의 의료기관 감염 실태는 여전히 집계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2003년 사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출현해 몇 주 만에 전 세계 수만 명에게 퍼져 그 가운데 10퍼센트가 사망했을 때도, 일차적인 감염 매개체는 의료 종사자들의 손이었다. 그리고 의사들은 여전히 손을 제대로 씻고 있지 않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첫 장(「손부터 씻는다」)을 가장 기본적이지만 꾸준히 지켜지고 있지 않은 원칙 ‘손 씻기’에 관한 주제로 시작한다. 지금은 상식이 된 무균술의 중요성이 받아들여지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은 사뭇 지난했다. 그러나 그 중요성을 안다고 해도 실행은 또 다른 문제다. 의사들이 제대로 손을 씻게 만들려는 온갖 시도와 끝나지 않는 노력을 지면에 옮기면서,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특히 생명을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라면?” 그가 수술했던 환자의 병실 앞에 붙은 ‘감염’ 표시를 인식한 어느 날, 한순간도 그것이 자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음을 고백하면서 말이다.
그의 첫 책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 레지던트로 일하며 처음 맞닥뜨린 현대 의학의 한계와 불완전함에 관한 드물게 솔직하고 날카로운 관찰의 기록이라면, 이 책은 이제 일반외과의로 일하기 시작한 저자가 그러한 한계에도 어떻게든 성과를 개선할 실질적 방법을 찾아 나선 탐사의 기록이다. 제왕절개 수술이 한창인 분만실, 의료 소송이 벌어지는 법정, 이라크 전방외과팀의 천막병원, 인도의 극한 소아마비 소탕작전, 독극물 주사를 사용하는 사형집행장… 저자는 다양한 의료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해 현대 의학의 성공과 실패, 그 안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그 여정에서 가완디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 가려 희미해지곤 하는 자기 업에서의 성공의 본질을 되묻고, 의사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에 합당한 책임과 최선의 태도에 관해 사려 깊은 성찰을 담아 낸다.
“우리는 늘 손쉬운 해법만을 바란다.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간단한 변화 말이다. 그러나 인생에 그런 요행은 거의 없다. 오히려 성공은 백 걸음을 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똑바로 나아갈 때,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모두가 힘을 모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의료 행위라고 하면 고독하면서 지적인 소임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료란 까다로운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두가 손 씻기를 확실히 실천하는 것에 더 가깝다” (35쪽)
“정답은 없지만 더 나은 선택은 있다”
최고를 능가하는 최선에 관한 탐사의 기록
《뉴요커》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연재한 탐사보도와 칼럼을 바탕으로 200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서점 올해의 책 TOP10에 올랐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의사가 쓴 최고의 논픽션 중 하나로 꼽히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하고 있다. 의사가 쓴 책은 많다. 하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폭넓게 읽히는 이유는, 일을 통해 의미를 찾으려는 보편적 열망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Better’라는 원제가 말하듯, 이 책에는 성장과 개선의 방법을 찾아 헤맨 한 직업인의 집요하고도 낙관적인 모험이 담겼다. 《뉴욕 타임스》의 평가대로 “당신이 어떤 일을 하건, 그 일을 더 잘하고 싶다고 느끼게 만들 것”이다.
물론 아툴 가완디는 그냥 글 쓰는 의사가 아니라 ‘글 잘 쓰는 의사’로 세계에서도 수위에 손꼽힌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잡지 《뉴요커》가 일찍이 일개 레지던트에 불과했던 그에게 1998년부터 전속 필자의 자리를 마련해 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사방이 막힌 병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바깥세상의 모두를 위한 통찰로 귀결시키는 그의 탁월한 글쓰기는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서 저자는 의료를 넘어 어떤 분야에서건, 위험과 책임이 따르는 일에서 새로운 선택과 시도가 성공하려면 다음 세 요소가 핵심이 된다고 말한다. 성실함, 올바름, 새로움이 그것이다. 3부로 나뉜 이 책의 11개 에피소드는 각각 이 세 요소의 면면을 검토하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 탐구한다. 그는 무엇도 정답이라 말하지 않지만, 최고를 능가하는 최선이 있으며 그것에 이르는 길을 찾는 무수한 시도와 실패야말로 개인과 사회를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 열쇠임을 흡인력 강한 문장으로 설득력 있게 전한다.
1부 ‘성실함에 관하여’에서는 의사들의 손 씻기와 병원감염의 문제,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사불란한 소아마비 소탕작전, 전장의 군의관들이 기록한 데이터가 불러온 혁신 등을 통해 눈부신 과학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성실함의 가치를 돌아본다.
2부 ‘올바름에 관하여’는 잘해야 할 뿐 아니라 올바로 해야만 하는 의사들의 도덕적 책무에 관한 논쟁적 이슈를 다룬다. 남자 의사는 여자 환자의 벗은 몸을 검진할 때 감시자를 들여야 할까? 의사의 실수나 태만으로 인한 의료사고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나아가 의사들의 수가 체계와 미국의 고질적 의료보험 문제, 독극물 주사로 집행되는 사형에 관련된 의료윤리와 국가 개입 등 첨예한 사안에 관해서도 그는 여러 입장을 취재하고 진중한 고민을 이어나간다.
3부 ‘새로움에 관하여’에서 저자는 혁신에 필요한 창의력이란 지능이 아닌 태도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의료계가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목숨을 살린 분야는 의대에서도 무시당하기 일쑤인 산과학이었다. 수많은 산모와 태아를 살린 산과학의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결과인 제왕절개술의 대중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혁신의 재구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사들은 자기 잘난 맛에 살지만, 사실상 그들의 성과는 제대로 측정된 적도 다른 분야처럼 점수가 매겨진 적도 없다. 그러나 의사들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긍정적 일탈과 최고의 의사」에서는 의료 결과를 수치로 평가하고 그것을 공개하는 시도의 핵심이 무엇인지, 더불어 최고로 꼽힌 치료 센터를 찾아가 그들의 방식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본다.
어떤 일을 하건,
자기 일의 과학자가 되라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문제를 일거해 해결할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을 기대하기보다, 의학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치료 성과를 개선하는 실행의 과학이야말로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열쇠라는 것이다. 수많은 신생아를 살린 아프가 점수가 단적인 예이다.
마취과 의사였던 아프가는 분만실에서 마취를 돕는 일이 좋았지만, 수많은 신생아가 받는 홀대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너무 왜소하거나 그저 푸르스름하다는 이유로 갓 태어난 아기들이 사산아 명단에 오르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죽음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아프가 점수’로, 갓난아기의 상태를 0점에서 10점까지 채점하게 만든 체계다. 생후 1분에 점수가 현저히 낮았던 신생아도 산소 공급이나 보온과 같은 조처를 해주면 생후 5분에는 높은 점수로 소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순식간에 명백해졌다. 설사 그것이 경쟁심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의사들은 서로 더 나은 점수를 얻으려고 애썼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받은 신생아에게도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아프가 점수는 막연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던 신생아 상태를 비교 가능한 수치로 탈바꿈시켰고, 1953년 공표된 후 가히 혁명적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제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분만 과정에 사용되고 있다. (227쪽)
이러한 관점이 의료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건 “숫자를 세고 글을 쓰라.” 이것이 아툴 가완디의 조언이다. 숫자를 세고 글을 쓴다는 것은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분야를 관찰하고 그로 인한 발견과 지혜를 공동의 것으로 만들라는 뜻이다. 그는 레지던트 시절 문득 궁금증이 들어 수술 도구를 환자 몸속에 두고 봉합하는 사례의 빈도를 살피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들과 수술 도구 자동 추적 장치를 개발하고 있었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수를 세어 보면 분명 흥미로운 발견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지닌 힘에 관해서도 강조한다.
의학은 그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머리보다는 몸이 고된 일이다. 의료는 소매업과 같다. 의사들은 한 번에 한 명씩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한 까닭에 고되고 단조롭다. 좀 더 큰 목적의식을 잃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런 순간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문제를 헤쳐 가게 해준다.
무엇보다, 아무리 소수라 할지라도 독자에게 여러분의 생각을 전할 때 자신이 더 큰 세상의 일원임을 확인하게 된다. 독자는 곧 사회다. 활자화된 언어는 그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 그리고 사회에 뜻있는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의 선포다. 그러므로 독자를 설정하고, 무언가를 쓰라. (305쪽)
결국 저자의 조언을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일을 하건 제대로 잘하고 싶다면 ‘자기 일에서 과학자가 되라’는 것이다. 그는 이 메시지를 2016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다음과 같이 우아하게 표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여러분은 이제 모두 과학자입니다. 영문학도와 역사학도 여러분도 과학자입니다. 과학은 하나의 전공이나 분야가 아닙니다. 과학은 체계적으로 사고하겠다는 약속이며 가설을 검증하고 사실을 관찰함으로써 지식을 쌓아 나가겠다는 맹세입니다.”